“너 어떻게 살래!”
지난 2월 작고한 이어령 전 이화여대 교수가 유작으로 남긴 책 제목입니다.
문학평론가, 언론인, 문화부 장관 등을 지낸 고인은 요샛말로 하면 ‘문송’이지만, 일찌감치 컴퓨터와 인터넷 세계를 휘젓고 다닌 융합형 지식인이었습니다. 1990년대 유행한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도 그의 작품이었지요.
그런 그도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은 큰 충격이었던 모양입니다. 이후 영면에 들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AI(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글을 쓰는 데 몰두했는데, 그 결과 중 하나가 이 책입니다.
브라우저, 부팅, 로그 같은 디지털 용어들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부터 시작해 숫자의 연속이던 컴퓨터가 어떻게 언어와 문자를 이해하고 딥러닝하는 인공지능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그 진화사를 담고 있는데요.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적절한 자료와 비유들을 동원하고 있어서 청소년도 쉬이 이해할 법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지성으로 꼽히던 89세 노교수가 생애 마지막에 천착한 주제가 AI라는 게 의미심장한 데다, 제목이 주는 뉘앙스가 이번 콘퍼런스의 취지와 묘하게 어울리는 듯해 다소 길게 언급했습니다만, 아무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특히 거기에 몸담고 싶은 학생, 청년들이라면 기초 튼튼 차원에서라도 한 번쯤은 읽어봄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55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존 매카시가 처음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쓴 이래 인공지능 개발에는 암흑기가 두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열기라면 미래의 인공지능 생태계에는 더 이상 암흑기가 없을 듯합니다.
요즘 프로그래밍 좀 한다는 청년들은 죄다 ‘네카라쿠배’를 선호 직장으로 꼽는다더군요. ‘당근’ ‘토스’ ‘직방’ ‘야놀자’까지 합해 ‘네카라쿠배당토직야’로 확장되기도 하고, 그런 직장에 들어가야 뭔가 미래 기업에서 일한다는 생각이 든다구요.
그런데 요즘 나온 현대차 광고 보셨는지요? 커다랗게 그려진 뇌 안에서 연구자들이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현대차는 아마도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인공지능 회사라 부르는 게 맞지 싶습니다. 콘택트렌즈 회사라고 다르지 않을 겁니다. 아큐브 콘텍트렌즈가 눈물 속 성분을 분석해 당뇨병 위험을 경고하게 된다면, 그 회사는 렌즈 회사라고 해야 할까요 인공지능 회사라고 해야 할까요?
2022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는 이처럼 인공지능이 보편화하는 시대에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물음표를 안고, 이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고 특별히 멘토링 시간도 가지면서 함께 고민해보고자 마련되었습니다.
“너 앞으로 어떻게 살래?”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나는 무어라 답할 것인가!
SAIC 2022가 그 답을 찾는 ‘특이점’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2022년 여름,
〈시사IN〉 발행인 겸 대표이사
이 숙 이